정보공개청구는 취재 도구 중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지만, 활용도는 낮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어차피 비공개 결정 나온다”는 이유로 청구 자체를 포기한다. 실제로는 비공개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쓸 수 있는 절차가 있고, 처음 청구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공개 범위가 달라진다. 국내 정보공개법 체계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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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 전에 먼저 확인할 것
정보공개포털(open.go.kr)에는 기관별로 이미 공개된 정보 목록이 있다. “사전공표” 또는 “자발적 공개” 항목이다. 여기서 먼저 찾으면 청구 절차 없이 바로 얻을 수 있다. 또 이미 다른 청구인이 동일한 정보를 청구해서 공개 결정이 난 경우 해당 기록이 공개 목록에 올라오기도 한다. 중복 청구를 피하고 선행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같은 주제로 다른 기자가 청구해서 받은 문서를 언론사 공동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하는 방식도 점점 활용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 절차와 언론 윤리의 접점은 SPJ 취재윤리강령에서 참고할 수 있다.
대상 기관 선택도 중요하다. 같은 정보를 여러 기관이 보유하는 경우, 비공개 성향이 낮은 기관에 먼저 청구하는 게 유리하다. 중앙부처보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개에 더 적극적인 경우가 있고, 상위 기관 대신 산하 기관에 직접 청구하면 중간 검토 단계가 줄어들어 공개 결정이 빠른 경우도 있다. 같은 기관에 복수의 청구를 낼 때는 각 청구를 별도 건으로 분리하는 게 낫다. 하나로 묶으면 처리 지연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공개된 문서와 OSINT를 병행하는 조사 방법은 OSINT 공개정보 조사 방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구서 작성에서 결과가 갈린다
청구 범위는 넓게 쓰면 안 된다. “관련 모든 문서”처럼 포괄적으로 쓰면 기관이 범위 특정 불가를 이유로 보완 요청을 하거나 처리를 지연한다. 반대로 너무 좁게 쓰면 실제 원하는 문서를 못 받을 수 있다. 특정 기간, 특정 사업명, 특정 문서 유형(회의록, 내부 보고서, 예산 집행 내역 등)을 조합해서 범위를 명확하게 한정한다.
비공개 예외 조항을 미리 숙지하고 청구서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정보공개법 제9조의 비공개 사유 중 “의사결정 과정” 예외를 자주 쓰는 기관이라면, 청구 대상이 이미 결정이 완료된 사안의 문서임을 청구서에 명시해 해당 예외를 사전에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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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결정 이후 단계
비공개 결정을 받으면 이의신청이 첫 번째 수단이다. 결정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기관에 이의신청을 제출한다. 기관의 이의신청 심의 기간은 7일이다. 이의신청에서도 비공개 결정이 유지되면 두 가지 경로가 있다. 행정심판(국민권익위원회)과 행정소송(법원)이다.
행정심판은 비용이 없고 처리 기간이 소송보다 짧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온라인으로 청구할 수 있고, 평균 처리 기간은 60일 안팎이다. 행정심판에서 인용 결정이 나오면 해당 기관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실제로 언론사 기자들이 행정심판으로 비공개 결정을 뒤집은 사례가 꾸준히 있다. 처음 비공개 결정이 나왔다고 포기하는 건 이른 판단이다. 행정심판 청구서에는 비공개 사유가 정보공개법 제9조의 어떤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담는 게 인용 가능성을 높인다. 온라인 청구는 정보공개포털(open.go.kr)에서 직접 진행할 수 있다.
부분 공개 결정을 다루는 법
완전 비공개가 아닌 부분 공개 결정이 자주 나온다. 문서의 특정 부분이 마스킹(먹칠) 처리된 채로 공개된다. 이 경우 마스킹된 부분이 어떤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결정문에서 확인해야 한다. 사유가 “개인정보 보호”라면 해당 개인 정보 부분만 제외한 나머지 문서를 추가로 요청할 수 있다. 마스킹 범위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이 부분만을 대상으로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부분 공개 문서에서도 마스킹 외 부분에 단서가 있다. 문서 번호, 수신·발신 기관명, 날짜, 결재 라인 서명란 같은 형식 요소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고, 이를 다른 공개 정보와 교차 분석하면 추가 정보를 추론할 수 있다. 문서 번호 체계가 연번으로 이뤄진 경우 전후 번호의 문서를 추가 청구하면 맥락을 보완하는 경우도 있다. 공개 문서와 OSINT를 병행하는 방법은 OSINT 공개정보 조사 방법을 참고한다. 플랫폼 운영사가 정보를 의도적으로 지연 제공하는 패턴은 출금 지연 사례 추적에서 다룬 분쟁 차단 구조와 맥락이 유사하다.
해외 공공기록 접근
미국의 FOIA(Freedom of Information Act) 청구는 MuckRock 플랫폼을 통해 기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언론자유기자위원회(RCFP)는 미국 각 주별 공공기록법 가이드를 상세하게 정리해두고 있어 해외 취재 참고 자료로 유용하다. 청구 이력이 공개되어 있어서 다른 기자의 청구 결과를 참고하거나 공동 청구도 가능하다. 영국은 ICO(Information Commissioner’s Office)가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를 처리한다. EU 기관 정보는 EC 공공 문서 접근 포털(access-to-documents.ec.europa.eu)에서 청구한다. Reporters Committee for Freedom of the Press는 미국 각 주별 공공기록법 가이드를 상세하게 정리해두고 있어 해외 취재 참고 자료로 유용하다.
청구 이후 기관과의 소통에서 주의할 점
GIJN 탐사보도 네트워크는 국가별 정보공개 청구 가이드를 무료로 제공하며, 한국 포함 60개국 이상의 정보공개법 비교 자료를 갖추고 있다. 청구서 제출 후 처리 기한 내에 결정이 오지 않으면 기한 초과 자체가 비공개 결정으로 간주되어 이의신청 대상이 된다. 정보공개법 제11조에 따라 처리 기한이 지나면 지체 없이 이의신청 또는 행정심판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기관이 기한 연장을 통보하는 경우도 있는데, 연장 사유가 타당한지 확인하고 연장 기간 만료일을 별도로 기록해둔다.
청구 처리 기간 중 기관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 청구 목적이나 소속을 묻는 경우가 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각국 언론자유 지수와 함께 정보접근권 침해 사례를 추적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상 청구인의 신원이나 목적을 공개 여부 판단의 근거로 삼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이 질문에 답할 의무는 없고, 답하더라도 청구를 철회하거나 범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응하지 않는 게 좋다. 담당자가 “협의”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는데, 협의 과정에서 청구 범위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원래 청구 내용을 유지하면서 결정을 받는 쪽이 낫다. 기관이 정보를 의도적으로 지연 제공하는 구조는 출금 지연 사례 추적에서 다룬 분쟁 차단 패턴과 맥락이 유사하다.